피드백은 열두 개였다. 받아쓴 것은 하나도 없다 — 분류하고, 판정하고, 되받아쳤다.
본편은 이 공모전의 결말 — 본선 탈락 — 의 이유를 검증한 기록이다(판정 완료 2026-07-06). 이 페이지는 그 전(前), 58일 동안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며 만들었는가다. 결과가 아니라 사고가 주인공이다.
실패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시스템으로 만들어, 다음 판에 이식하는 골격. 2년의 개인 사업에서 기획→가격→판매→고객관리 전 과정을 혼자 운영한 것도, 스타트업에 프리랜서로 합류해 3개월 만에 유료 커뮤니티를 300% 키운 것도, 실패한 콘텐츠 영상들의 클릭률·이탈 지점을 뜯어 단일 영상 58만 조회를 만든 것도, 같은 골격의 회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앞선 세 번의 사이클과 달리, 스케일이 완전히 다른 판이었다. 이번 공모전은 남녀노소의 일상에 하루 3번 닿고, CJ제일제당이라는 거인이 쥔 자산(비비고의 한식, 고메의 글로벌 감각, 슈완스의 해외 인프라)을 마케팅에 끌어다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공고를 읽고 이것이 공모전의 형식을 빌린 채용 파이프라인임을 파악했다. 본선은 사실상 1차 면접. 그러나 나는 당시 어학 스펙조차 만료된 상태였다. 그래서 아이디어와 과정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아래는 그 58일에서 사고가 도약한 세 지점과, 도약 사이를 채운 검증의 밀도다. 미화는 없다. 구멍을 남이 먼저 찾은 장면(⚑)도 그대로 둔다.
출발의 언어는 "퓨전 아시안"에 가까웠다. 동남아 음식을 한국식으로 바꾼다는 방향은 있었지만, 그 변형이 무엇인지 정의되지 않은 상태.
퓨전은 "이도 저도 아닌"으로 읽힐 위험이 있다. 원형을 인정하되 변형의 주체와 방향을 명시하는 언어, 즉 "재해석"으로 바꿨다.
빼는 게 아니라 치환한다: 고수→미나리, 타마린드→매실청, 강황→국산 울금(K-패치). 이 언어 하나가 기존 정통 라인과 겹치지 않는 차별화의 선을 그었다.
결과 — 1,200자 제안문과 컨셉보드 한 장으로 서류 합격.
"현지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와 "향신료를 기피하는 소비자"가 논리적으로 충돌한다는 것을. 내 컨셉의 가장 큰 구멍은 내가 아니라, 4주 뒤 실무자가 먼저 찾는다.
4월 28일, 본선 전 실무자 피드백 세션(참가자가 CJ 현직 실무자에게 기획을 검토받는 자리다). 12개의 발언을 받았다.
나는 그것을 세 겹으로 처리했다.
아래는 각색이 아니라, 본선 전에 실제로 만들었던 위계다.
발언 번호는 시간 순서이고, 배치는 주제 묶음이다. 판정 라벨은 당시 문서의 표기 그대로다(Must Fix = 반드시 반영). 발언은 취지 의역이다.
면이든 밥이든, 대표 제품 한두 개를 골라 컨셉보드 수준으로 명확히 보여 달라
현지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가 정말 향신료를 불호하는 게 맞는가?
소비자가 매실청을 원해서 쓰는가, 어쩔 수 없이 쓰는가?
K-플레이버를 외국에 알리는 기조가 내부적으로 여전히 더 강하다
K-패치 플레이버의 역수출 — 근거만 있으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흐름
치킨도 원래는 K-푸드로 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K-푸드로 자리 잡았다
앞 세션의 숙제는 "타겟을 다시 정의하라"(발언 3의 반영)였다. 타겟 문구 한 줄만 바꾸면 형식상 끝나는 일이었지만, 그 정의가 옳은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기로 했다. 기존 동남아 편의식 리뷰를 직접 수집해(세 제품군 200건+) OCR(이미지 글자 인식)·파싱·분류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리뷰 문장마다 7개 의미 카테고리를 매기는 분류(정성 코딩)를 어휘 사전(카테고리별 키워드 목록) 기준으로 수행했다.
결과는 타겟 재정의를 넘어섰다. 시장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리뷰의 "새우를 추가해야 그제야 만족"은 두 신호를 동시에 보낸다: 자체 완성도 부족(원물이 모자라다), 그리고 편의 침해(따로 사러 가야 한다). 어느 해석을 채택해도 제품 설계(원물 듬뿍 + 통합 1팩)가 답이 되도록 양면 모두에 걸었다. 해석이 갈리는 데이터를 한쪽에 걸지 않는 것 — 이것이 이 단계의 방법이었다.
세 번의 도약 사이, 발표 전 마지막 7일은 습관으로 채웠다. 더하고, 버리고, 의심하고, 다시 확인하는.
전기(4기) 합격자들의 공식 후기 4건을 분석해, 예상 질문 28문을 내 관점이 아니라 평가자 관점으로 재정렬했다.
검증에 실패했거나 메시지를 흐리는 것은 본문에서 제거했다. 더한 것만큼 뺀 것도 기획이다.
제출 직전, 본문에서 빠진 항목을 "시간 압축으로 의도적으로 뺀 것"과 "검토 부족으로 누락된 것"으로 나눠 점검했다. 전자는 합리적 판단으로 확정하고, 후자 중 3건 — 카테고리 리더 부재 메시지, 가격 비교, 신공장 근거(역수출의 생산 인프라) — 을 본문에 되살렸다.
5월 11일 제출. 그러나 검증은 계속됐다. 본선까지 나흘간 9건의 사실을 재검증했고, 그중 둘은 제출본에 남은 오류였다(수출 규모의 10배 단위 오류, 과다한 영업이익률). 지울 수 없으니 Q&A 방어선으로 만들었다(두 오류의 상세는 본편 정오표에). 이 습관은 본편의 교훈 L2 — "수치는 제출 전에 잠근다" — 의 기원이 된다.
가격(6,500 → 7,500원)과 필살기 장표는 막판까지 흔들렸다. 분석은 깊은데 확정이 늦는 패턴. 이것도 본편의 교훈 L3, "'더 볼 수 있다'는 미결정의 알리바이"로 이어진다.
5월 15일. 대본 없이, 정확히 7분에 발표를 마쳤다.
그리고 떨어졌다 — 질문도, 심사평도 없이.
지금까지는 피드백이 있었다. 실무자의 열두 발언이 좌표를 줬다. 이제는 없다. 좌표 없이, 같은 골격(실패 → 데이터 → 시스템)을 혼자 한 번 더 돌려야 했다.
방법도 한 단계 올라갔다. 해석이 갈리는 문제를 준비 기간에는 양면 전략으로 — 어느 쪽이든 답이 되게 — 수사적으로 풀었다. 검증 단계에서는 그 문제를 측정 변수로 만들어 데이터가 직접 답하게 했다. 실무자가 두 번 물었던 그 질문("원해서인가, 어쩔 수 없이인가")은, 그렇게 실험의 두 번째 가설(T2)이 되었다. 그리고 실측이, 그 질문이 물을 가치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이어진 설문(게이트 C)은 그 수요층의 크기(셋 중 하나)까지 쟀다.
MAIN — 본편으로탈락 원인을 ₩200,000과 3-arm 실험으로 판별한 기록 →| BEFORE — 예선 초 | AFTER — 본선 말 |
|---|---|
| 단일 가설("향신료 호불호가 약점")의 단선적 컨셉 | 두 시장 병렬 공존 — 데이터로 재구성된 복선적 시장 이해 |
| 타겟 = "현지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 (검증 안 된 직관) | 타겟 = "좋아하지만 강도를 조절하고 싶은 사람" (모순 해소된 정의) |
| 아이디어를 뺏길까 봐 공유를 꺼리는 방어적 심리, 스펙 불안 | 양면 해석·이원 분할·외부 교차검증 — 반박에 견디는 구조 |
| 데이터보다 아이디어 중심 | 수집 데이터 + 외부 검증 + 자가 사실검증의 다층 근거 |
① 핵심 논리의 구멍을 외부가 먼저 찾았다(셀프 레드팀 부재). ② 수치 검증이 제출 뒤에야 완결됐다. ③ 핵심 결정(가격·필살기)의 수렴이 늦었다.
다만, 이 셋을 탈락과 직접 인과로 연결하지 않는다. 탈락 사유는 끝내 알 수 없었고, 그것을 아는 방법이 본편이다. 그리고 이 성장은 무에서의 도약이 아니라 사이클의 재현이다. 새 역량의 증명이 아니라, 골격이 낯선 도메인에서도 작동한다는 확인.
행간 읽기와 Must Fix 판정의 원 기록. 실무자 발언은 제3자 보호를 위해 취지 의역으로 치환한 공개판.
두 시장 프레임의 구축 전 과정 — 분류 체계·어휘 사전·양면 해석·Q&A 라인업. 원문.
"의도적 생략 vs 검토 부족 누락"을 스스로 가른 기록. 원문.
제출본 19p(정오표 포함) · 발표 준비 패키지 · 실험 문서 A~E · 분석 코드와 데이터.
표기 원칙 — 실무자 발언은 전량 취지 의역이며 발화자는 익명 처리했다. 원 분석문(공개판)은 위 사료 P1에 있다. CJ·고메 언급은 공모전 참가 사실의 서술이다.